정부 규제 허점을 파고든 부동산 큰손들의 움직임에 눈길이 쏠린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꼬마 아파트'가 대상이다. 취득세 중과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다주택자와 전셋값과 집값 차이가 얼마 안 돼 소액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것) 수요까지 몰리면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안성시 공도읍 A공인 중개 관계자는 "3~5월 투자자들이 몰려와 아파트를 쓸어담아갔다. 어떤 분은 2~3건을 한 번에 계약하더라"면서 "상반기보단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매수 문의도 많고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뿐만이 아니다. 지방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의 세경 3차 역시 투자자들이 쓸어담았다. 420가구의 중소형 단지지만 지난달부터 약 한 달간 65건이나 거래가 이뤄졌다. 이달 2일에만 3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전용 59㎡가 각각 9800만원, 1억400만원에 팔렸다. 올해 1억원 이상에 팔린 매매 건은 처음이었다.
원주시 단계동 B공인 중개 대표는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물건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2주 사이에 매물이 다 빠져 문의는 많아도 보여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충북 세경(103건), 충남 배방삼정그린코아(68건), 충남 초원그린타운(62건) 등도 매매 거래가 활발했다.
이들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가 높아 초기 자본금이 덜 들어가는 점도 수요가 몰리는 요인이다. 전세가율이 80~90%이 되면 1000만~2000만원으로 '갭투자'를 통해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
충북 호암동 C공인 중개 관계자는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 투자법이 소문 나면서 이런 조건을 가진 아파트가 주변에 또 있느냐고 문의해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전셋값과 매맷값이 크게 차이 안 나 초기 자본이 적게 들고, 공시가 1억원 미만 물건은 취득세 부담도 적어서 그런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지방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 교수는 "지방은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환금성이 떨어지고 주식과 다르게 바로 처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분별한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기 수요로 실수요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투기 수요가 유입되면서 서민 실수요자들 부담만 커지고 있다"며 "확실한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 그간 내놓은 공급 대책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공급이 늘어나면 이같은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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